SK그룹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신규 임원 수를 대폭 줄이면서도 승진자 3분의 2를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술 인재로 발탁했다. 인공지능(AI)과 북미 대관 조직력도 강화했다. 최태원 SK그룹의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SK㈜ 내 신설한 ‘성장 지원’ 조직을 함께 맡으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
SK그룹은 5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사항을 공유·협의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과 현장, 글로벌을 키워드로 한 인사”라며 “수시 인사의 원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고 지난 10월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했던 터라 이번 사장 승진자는 2명에 그쳤다.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에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또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해 개발총괄을 맡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 선두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핵심 조직을 5개로 나눠 원팀화하는 개편에 나섰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체제 아래 사업 부문을 AI 인프라, 미래기술연구원, 개발총괄, 양산총괄, 코퍼레이트 센터로 재편해 C레벨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ARPA_E)에서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AI와 디지털전환(DT)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눈에 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에 AI·DT 태스크포스(TF)를 AI 추진단으로 확대하고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을 신설한다.
SK텔레콤은 통신과 AI를 두 축으로 하는 7대 사업부를 꾸렸다. 에이닷 사업부, GPAA 사업부, AIX 사업부, AI DC(데이터센터) 사업부로 구성된 AI 사업부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통신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MNO 사업부, B유선·미디어 사업부, 엔터프라이즈 사업부를 꾸렸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내년을 통신과 AI를 중심으로 전사 역량을 결집해 핵심 사업 영역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실행의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매년 임원 수를 줄이는 조직 슬림화 기조는 이어졌다. 이번 인사에서 그룹 전체 신규 선임 임원은 총 75명으로, 2년 전(145명)와 3년 전(164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신규 선임 임원 평균 연령은 만 49.4세로 한 해 전(만 48.5세)보다 높아졌다. 최연소 신규 임원은 1982년생인 최준용 SK하이닉스 HBM 사업기획 담당이다.
김혜원 심희정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