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 반덤핑 두고 쪼개진 철강업계

입력 2024-12-06 02:41

수입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국내 대형 철강사와 중소 제강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얇게 펴 만든 철판 형태의 반제품이다. 열연강판을 생산해 판매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저가 수입산에 대한 관세 부과에 찬성한다. 반면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같은 제강사는 반대한다. 이들은 철강사에서 열연강판을 사 와 자동차용 강판, 건축용 철근, 컬러강판, 강관(파이프) 등을 만들기 때문이다.

5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열연강판 수입량 342만7537t 가운데 중국·일본산은 각각 152만6076t, 177만103t으로 전체 물량의 96%를 차지했다.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의 가격이 국내산과 비교해 5∼10% 낮기 때문이다. 저렴한 수입재가 국내 시장을 휩쓸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 77% 감소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 10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후판 제품뿐만 아니라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산업피해 심각성에 관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적극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열연강판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는 포스코도 3분기 실적 발표 때 “불공정무역 행위에 따른 수입재 규제는 당연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 제강사들은 반발한다. 관세 부과로 수입 열연강판 가격이 높아지면 경쟁 제품 가격이 비싸진 대형 철강사는 웃지만,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중소 제강사는 손실을 보는 구조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열연강판을 후가공해 컬러강판을 만든다. 세아제강은 강관을, KG스틸은 컬러 석도강판을 생산한다. 현재 제강업계도 철강업계만큼 어렵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전문 자회사 동국씨엠, 세아제강, KG스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각각 31%, 84%, 47% 감소했다.

철강업계와 제강업계는 과거 수입 스테인리스에 대한 반덤핑 논의 때도 충돌한 바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20년 “수입산 때문에 생존이 위태롭다”며 산업부 무역위원회에 열연·냉연 스테인리스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당시 제강사를 비롯한 스테인리스 수입 수요자 19개 회사는 “열연 스테인리스는 소재고 냉연 스테인리스는 제품으로 시장이 다르다”며 “저렴한 수입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죽으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대형 철강사 상황이 어렵다보니 산업부도 관련 반덤핑 조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