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해 내란 혐의로 고발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투입했던 이유에 대해 “부정선거 수사 목적”이라는 취지로 밝혔다. 지난 3일 밤 선관위에는 국회에 배치된 병력보다 더 많은 인원이 계엄 선포 직후부터 배치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돌발적인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가 부정선거 의심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에 나타났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쯤 계엄군 10여명이 선관위 청사 내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성명에서 계엄을 선포한 지 2~3분 만으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이 시작되기 약 1시간 전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계엄군 10여명은 선관위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당시 선관위 배치 병력은 297명으로, 국회에 투입된 280여명보다 많았다. 계엄군은 선관위를 총 3시간20여분 동안 점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다는 식으로 언론에 설명했다. 계엄 상태를 활용해 강제수사를 시도했다는 의미다. 계엄군은 당시 여론조사를 총괄하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까지 점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에서 “(선관위 점거는) 제가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사표가 수리된 이후에도 ‘비상계엄에 실패했어도 그 취지는 옳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그는 국민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종북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 세력을 정리하지 않고는 자유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며 “(계엄 선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헌법의 가치와 헌정질서를 바로잡아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의지 표현”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의 후임 장관으로 육군 대장으로 전역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이택현 정우진 박민지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