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이 계엄 사태 승자 아냐, 더 겸허하게 정치해야

입력 2024-12-06 01:10

계엄령 사태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국정운영이 잘 이뤄질지 불투명하고 경제 악영향과 나라 밖에 비쳐진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등으로 걱정이 많아진 탓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지만 그런 노력은 거의 안 보인다. 특히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오히려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불참 속에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가뜩이나 국정 공백 우려가 큰 상황에서 중요한 두 국가기관 수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다. 그 시각 여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막가파식 횡포”라며 규탄집회를 열었다. 지금 같은 비상시국엔 여야가 똘똘 뭉쳐야 하는데, 또다시 힘자랑으로 국회를 시끄럽게 한 것이다. 계엄령 선포 배경에 야당의 입법 독주와 잦은 탄핵 정치가 있다는 걸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하필 이런 때 또 수적 우위를 내세워 일방통행식 정치를 하는 건 온당치 않다.

민주당은 계엄 사태 후 한껏 득의양양해진 모습이다. 마치 정권을 다 잡은 양 흥분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게 말로도 드러나는데, 이날 회의 때 모 최고위원이 여당을 향해 “국민과 지지자들을 위해 탄핵을 막는다는 개소리 그만하고 탄핵에 찬성하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계엄 사태 뒤 자신들은 선이고 여당은 악이라는 이분법이 더 선명해진 듯하다.

민주당은 이럴 때일수록 170석 거대야당의 책임감을 갖고 겸허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 계엄 실패가 입법 독주와 방탄 정치에 면죄부를 주진 않는다. 또 정권의 침몰이 곧 민주당의 승리도 아니다. 정치를 정상화시키고, 민생 정치를 위한 본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도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다. 이번 계엄 사태에서도 국민 뜻에 반해 힘으로 밀어붙이면 저항에 직면하고 결국 꺾어진다는 걸 보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