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한국 노하우로 열린 ‘액세스 방콕’… 1억원짜리 그림 팔려

입력 2024-12-06 02:14
관람객들이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대형쇼핑몰 아이콘시암에서 열린 국제아트페어 ‘액세스 방콕’에서 미술품이 전시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액세스 방콕’은 한국 기획사가 주최해 열린 아트페어다.

“방콕은 국제적인 도시에요. 12월은 미국·유럽 관광객들이 방콕에 많이 옵니다. 국제적인 컬렉터를 만나는 좋은 장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4일(현지시간) 오후 태국 수도 방콕 중심가에 있는 대형쇼핑몰 아이콘시암. 이날부터 이곳 8층에서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7일까지 열리는 아트페어 ‘액세스 방콕’(포스터)에 참가한 탕 갤러리 관계자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방콕에서 1997년부터 시작한 탕 갤러리는 현재 베이징·홍콩·서울·싱가포르 등지에 지점을 갖고 있다. 탕 갤러리는 이번 아트페어 최고가 작품으로 중국 반체제작가 아이웨이웨이의 조각 ‘콘’(26만5000달러)을 들고나와 분위기를 돋웠다.

액세스 방콕은 미술시장 불모지 방콕에서 열리는 첫 국제 아트페어라는 점, 한국이 노하우를 수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공모한 ‘국내 아트페어 해외 개최 지원’ 프로그램에 당선된 기획사 아트미츠라이프(AML)가 주최했다. 이미림·조윤영씨가 공동대표인 AML은 서울에서 MZ판 아트페어인 ‘더프리뷰성수’ 등을 성공시킨 바 있다.

한국은 20여년 역사의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가 있고, 런던의 프리즈아트페어까지 상륙하는 등 가히 ‘아트페어 천국’이 됐다. 그런데 태국에서는 호텔 객실에 작품을 거는 호텔 아트페어 정도만이 있을 뿐 화랑별로 부스를 설치하는 이런 식의 미술 장터가 그간 없었다.

이 대표는 “국제 미술계에서 활약하는 태국 출신 작가들이 많다. 하지만 높은 관세와 복잡한 통관 절차로 인해 방콕의 미술시장은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 태국 정부가 미술품 거래에 따른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하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AML은 갤러리 선정 등 콘텐츠뿐 아니라 행사에 사용한 가벽, 조명 등 하드웨어까지 통째 수출했다.

액세스 방콕에는 노바컨템포러리, 에스에이씨갤러리 등 방콕의 9개 갤러리를 비롯해 대만 타이페이의 아르테민(Artemin) 갤러리 등 아시아의 총 30개 갤러리가 초대됐다. 한국에서는 조현화랑, 갤러리2, 백아트 등 12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아르테민 갤러리 관계자는 “태국의 컬렉터는 그라피티 예술이나 귀여운 작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전혀 다른 작품을 들고 나왔다”며 “그런데도 개장 초부터 2점 이 팔리는 등 성과를 올렸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부산의 간판격인 조현화랑은 ‘숯의 작가’로 불리는 이배의 작품을 들고나와 첫날 100호(162.2×130.3㎝) 회화가 약 1억원에 팔리는 성과를 올렸다. 서울 성수동의 신생 화랑 CDA 관계자도 “35만원부터 400만원대까지 5점이 골고루 첫날부터 팔렸다”며 기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아트자카르타 디렉터 톰 탄디오는 “최근 방콕에는 옥션 2곳이 생기고 한국의 아트선재 격인 ‘쿤스트할레방콕’이 개관하는 등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액세스 방콕은 이런 시점에서 방콕 미술 생태계에 맞춤한 국제아트페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방콕=글·사진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