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정체에 신음하는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무역 전쟁 확전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이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5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 포인트 하락한 20.2%를 기록했다. 3사 모두 배터리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업체들에 밀리며 점유율을 내줬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 출범과 미·중 무역 전쟁이 추가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삼성SDI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간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에 75억4000만 달러(약 10조원)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대출은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스타플러스에너지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과 모듈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쓰인다. 여기서 생성된 배터리들은 북미 지역 전기차에 탑재된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다. 미 에너지부는 자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에 대해서도 66억 달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을 맡은 비벡 라마스와미는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타플러스에너지와 리비안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부 대출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지원 사례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에 최종 확정되지 못하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사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이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명분으로 캐나다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도 마찬가지로 스텔란티스와 캐나다에서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관세가 인상되면 미국으로 수출 사업이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도 새 변수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추가 제재에 반발해 지난 4일 첨단 산업에 활용되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광물자원 수출 제한 카드를 꺼냈다.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재료인 흑연의 경우 수출 제한 품목은 아니지만 수출 허가 때 더 엄격하게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검증하겠다고 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부분 중국 기업으로부터 음극재를 조달한다. 중국이 특정 미국 기업을 찍어 흑연 수출을 금지하면 이 기업을 고객사로 둔 한국 기업은 이차전지 수출을 하지 못한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수요 부진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정책 변화 가능성이 한국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생산 세액공제(AMPC)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