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소속 의원들은 향후 정국의 수습 방향을 두고 속으로 앓는 분위기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월등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대통령 옹위에만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민심과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회의감이 든다는 것이다. 여당 내 소장파 의원들은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 방안을 내놨고 일부 중진은 거국내각 구성, 윤 대통령의 자진하야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 여당 초선 의원은 5일 통화에서 “계엄군이 총을 들고 국회에 들어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후 첫 당론이 탄핵 반대라는 게 납득이 되겠는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대통령 탄핵은 절대 안 된다고 ‘똘똘 뭉치자’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게 어이없다”며 “앞으로의 민심을 어떻게 감당할지 깜깜하다”고 전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당론이라는 것은 지켜져야 된다”면서도 “그런데 당론은 정말 내 양심과 충돌하지 않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반대 당론이 현 민심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점도 의원들을 고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3.6%로 집계됐다. 보수층에서도 탄핵 찬성 의견이 50.4%로 절반을 넘었다.
당내에선 대안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소장파인 김예지·김재섭·김상욱·우재준·김소희 의원 5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한다”며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은 민주주의 유린의 역사와 인권탄압의 트라우마를 겪었던 우리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로부터 권위와 신뢰를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 표결에 반대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4선 중진인 안철수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거국중립내각으로 국가를 정상 운영하면서 동시에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기구를 만드는 게 명예롭고 질서 있게 행동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거국내각 구성 뒤 윤 대통령이 자진해서 내려오는 것이 국정 혼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