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가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정국에 들어섰다. 야권이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7일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저지키로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비상계엄을 위헌이라 비판하면서도 “준비 없는 혼란을 막기 위해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흔들린 국가적 사태를 겪었다. 그것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극한 대결의 정치와 출구 없는 무한 정쟁에 있었다. 이제 위기를 수습하는 정치적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시작부터 여야가 극명하게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려 한다. 정쟁이 위기를 낳고, 위기가 다시 정쟁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분열에서 비롯된 위기의 해법은 통합의 지혜에서 찾아야 한다. 또 다른 분열로 대응한다면 더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의 명분을 얻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불을 지피기 시작해 지금까지 끊임없이 여건을 조성해온 일이었다. 그렇게 탄핵을 외친 이유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숱한 범죄 혐의를 돌파하는 정치적 수단의 정점이 탄핵이었기에 ‘윤석열 탄핵=이재명 방탄의 완성’이란 등식이 성립돼 있다. 지금 여야 표 대결로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무도한 대통령을 문책하는 국민의 승리에 앞서 극한 대결을 벌여온 진영 정치, 방탄 정치의 승리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 대표는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면서도 “범죄 혐의 피하려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막아야 한다”며 탄핵 반대 입장에 섰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만, 당론 반대의 정치공학적 방식은 결코 최선일 수 없다. 이 사태를 부른 대결 정치의 반복에 불과하다. 한 대표는 진영의 위기를 넘어 더 큰 그림의 해법을 찾아야 하며, 정치의 회복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탄핵 정국은 현재를 수습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돼야 할 것이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정치의 새로운 로드맵을 그려야 할 때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 여야 대표가 만나기를 권한다. 입법 폭주와 거부권처럼 탄핵마저 발의와 저지의 도돌이표 정쟁이 된다면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질서 있는 방향전환의 길을 함께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