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한글문화수도’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한글 거리·조형물 만들기, 각종 공모전 및 문화행사 개최를 넘어 이제는 한글 관련 산업의 육성까지 꾀하고 있다. 한글 관련 산업 기반이 세종에 완전히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한발 더 나아가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육성시키겠다는 청사진까지 그리고 있다.
한글문화산업을 육성하려면 관련 산업을 집적할 수 있는 공간과 정부의 지원이 필수다. ‘(가칭)한글문화글로벌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이 필요한 이유다.
거점 될 ‘한글문화글로벌센터’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간한 ‘2023 지구촌 한류현황’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한류 동호회원 수는 약 2억2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926만명과 비교하면 약 24배, 전년도의 1억7880여만명에 비하면 4600여만명(25.8%) 증가한 수치다.
한류 문화의 전 세계적 확산은 이제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어는 언어학습 앱 ‘듀오링고’에서도 지난 6월 기준 최다 학습 언어 4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유행을 선도하는 주류 언어로 떠올랐다.
이처럼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음에도 이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관련 산업의 발전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한글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가 도입을 추진 중인 한글문화글로벌센터는 한글 기반 K-콘텐츠의 교육·연구, 문화·예술, 관광·체험 등의 기능을 총 망라한 집적단지다. 각 부처 및 사업별로 분산된 한글 관련 시설을 한데 모아 해외 한글문화 산업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곳이다.
센터의 주요 시설은 한국어 교원을 교육하고 한국어 교재를 연구·보급하는 ‘한글사관학교’, 한글문화산업 진흥 사무를 통합해 관리하는 ‘한글문화산업진흥원’, 세계인이 한글·세종대왕·한국문학 등을 직접 체험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한류문화체험관’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시는 정부를 설득해 국가 재정으로 한글문화글로벌센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문화매력국가’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언어문화산업을 육성하기로 한 만큼 국비 지원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단순히 세종대왕의 묘호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세종에 센터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종에 센터를 건립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것”이라며 “한글을 세종시만의 도시 정체성으로 활용해 다양한 특화사업과 연계하고, 도시산업 비전으로 한글문화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세종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 한글문화수도를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세종시청 책문화센터에서 개최된 ‘한글문화도시 정책 이야기마당’의 토론자로 나선 장세길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학과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이미 수행하고 있는 한글 교육·체험보다는 한글 콘텐츠 산업을 개발·육성하는 방향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과 폰트 개발, 미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언어산업과의 연계를 핵심 기능으로 삼아야 한다”며 “부가적으로 한글교육과 체험관광 등을 결합하는 형태로 한글문화글로벌센터의 활용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세종학당 세계본부, 국립국어원·한글박물관 분원, 한글콘텐츠진흥원, 한글의 세계문자화를 위한 연구센터 등을 세종에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은 필수
문체부의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은 세종이 한글문화수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주요 조건 가운데 하나다. 3번의 도전 끝에 지난해 문화도시 예비 지정을 받은 시는 ‘세계를 잇는 한글문화도시 세종’이라는 비전 아래 한글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글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한글 창제에 깃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기반으로 세계를 잇는 거점이 되겠다는 의미다.
한글문화도시의 핵심 가치는 이음·채움·가꿈이다. 각 단어는 ‘한글사랑 연대(이음)’ ‘한글문화 산업의 요람(채움)’ ‘읍·면·동 마을과의 동행(가꿈)’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시는 이음의 가치 실현을 위해 국제 한글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한편 한글사랑 도시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채움의 가치는 한글 관련 상품 개발과 한글 예술인 마을 조성 등을 통해 현실화하고, 가꿈의 가치는 문화 소외계층 대상 찾아가는 한글 공연·예술·체험을 통해 실현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한글 특화 콘텐츠로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한글을 활용해 도시 브랜딩 효과를 향상시키겠다. 이를 기업과 연계하는 선순환 체계를 완성해 일자리까지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본지정을 받은 뒤 향후 3년간 100억원을 들여 한글문화수도 완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글을 주제로 하는 특색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생활 만족도와 한글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한글문화글로벌센터 설립과 한글문화도시 지정은 한글 문화를 산업화로 연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며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키우고 연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발판을 세종에 만들겠다. 한글문화 확산의 거점으로서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