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벌레먹은 팥

입력 2024-12-06 03:11

어느 날 찬장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작년에 넣어뒀던 팥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팥은 구멍이 숭숭 나 있었고 벌레 똥이 붙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습니다. 한 줌 팥이라도 건질 요량으로 물에 담가 깨끗이 씻겨보니 오히려 팥 벌레 구멍이 훨씬 커 보였습니다. 팥을 전혀 쓸 수 없을 것 같아 물에 젖은 팥을 던져 놓았습니다. 며칠 뒤 팥을 버리려고 봤는데 놀랍게도 구멍 뚫린 팥에서 싹이 트고 있었습니다. 하얀 싹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 아직 죽지 않았어요. 이 정도 구멍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포기하지 마세요. 할 수 있어요.’

마침 팥을 심는 시기인 지난 6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소중한 밭에 구멍이 숭숭 난 팥을 심는 농부가 있을까요. 그러나 저는 이 구멍 난 팥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밭을 갈고 벌레 먹은 팥들을 심었습니다. 여름 동안 팥은 쑥쑥 자라 꽃을 피우더니 길쭉한 꼬투리를 내고 팥을 열매 맺었습니다. 저는 구멍 난 팥을 심어 구멍나지 않은 팥을 거뒀습니다.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이전에 저는 어려움 없이 형통함을 주시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 생각했습니다. 구멍 난 것은 버리고 구멍나지 않는 것을 다시 구하는 것이 저의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은 제 생각을 바꾸어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욥을 시험하는 사단에게 “내가 그를 너의 손에 맡기노라. 다만 그의 생명은 해하지 말지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구멍은 내도 생명은 건드리지 마라. 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을 두어라. 이것이 하나님의 진짜 사랑입니다. 구멍을 안 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라 구멍이 나도 싹을 낼 수 있는 생명을 지켜주시는 게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혹시 삶에 구멍이 있습니까. 우리에게 주신 구멍은 절망하고 포기하라고 주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구멍을 통해 우리에게 겸손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구멍 난 부분을 보시는 게 아니라 구멍 났음에도 싹을 틔우는 생명이 담긴 부분을 보시기 때문입니다. 구멍 난 팥을 심는 농부처럼 구멍 난 우리 인생을 오늘도 심으시고 유심히 지켜보시며 기다리시고 기대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붙잡고 오늘을 사십시오. 큰 구멍이 난 실수와 실패, 연약함을 경험하면 뒤를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기만 해서는 어떤 변화도 없습니다.

앞을 보세요. 구멍을 보지 말고 싹을 보세요.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믿음입니다. 싹이 났습니까. 그 싹을 마음 밭에 심어서 물을 주세요. 그것이 소망입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오늘 이 순간 하나님의 햇빛을 받고 따스한 사랑의 물을 받아 온전케 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러면 연약한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사람이 됩니다. 구멍이 나서 절망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성경 인물 욥처럼 여러분의 인생 속에 난 구멍과 연약함, 상함을 통해 믿음 소망 사랑이 열매 맺는 귀한 인생 되기를 축복합니다.

정호준 화성 아밋대교회 목사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아밋대교회는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소속으로 세상의 발을 씻겨주는 수건과 같은 교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직접 체험하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