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의 한끼… 토요일마다 교회서 ‘짜장면 파티’

입력 2024-12-06 03:03
김경문(오른쪽 일곱 번째) 순복음중동교회 목사가 천사비전선교회 회원들과 교회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순복음중동교회 제공

경기도 부천 순복음중동교회(김경문 목사)에서는 토요일마다 짜장면 파티가 열린다. 교회 인근에 사는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교회를 찾는데 그중엔 성도가 아닌 사람이 대부분이다. 짜장면 배식 시간은 낮 12시부터 1시까지. 짜장면 맛이 기가 막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매주 토요일 교회 식당을 찾는 이는 약 250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 사역은 교회의 누가 담당하는 걸까.

주인공은 순복음중동교회 성도들로 꾸려진 천사비전선교회다. 이 단체가 설립된 것은 2018년 12월. 월 1만원씩 적립하는 계좌 1004개를 운영해 이 돈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 천사비전선교회 회장인 오세광 장로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짜장면을 먹으러 오는 주민 상당수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 어르신들”이라며 “무료로 짜장면을 드리고 있지만 형편이 되는 분들은 1000원을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50인분 짜장면을 만드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오 장로를 비롯해 천사비전선교회 회원 일부인 20여명은 토요일이면 오전 8시30분까지 교회 식당에 집합한다. 각종 재료를 다듬고 짜장 소스를 볶은 뒤 여유가 생기면 함께 예배를 드린다. 정오가 돼서 식당 문이 열리면 10여명은 배식과 서빙을 맡고 나머지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면을 삶는다. 올여름부터는 새로운 메뉴도 추가했다. 피자도 굽기 시작했는데 토요일마다 굽는 피자가 10판이 넘는다.

천사비전선교회가 설립 초기에 주력한 사역은 아이들에게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 사역이 활성화되면 교회학교 부흥에도 얼마간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교회 인근 학원들의 반발 탓에 이 프로젝트는 2년 정도 유지하다가 그만둬야 했고 그즈음부터 핵심 프로젝트가 된 것인 짜장면 사역이었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천사비전선교회의 활동에 교회 예산은 일절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체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500명 넘는 회원이 각각 개설한 총 700여개의 계좌에 입금되는 재정으로 감당하고 있다. 김경문 목사는 “천사비전선교회는 확실한 자율성을 갖춘 기구”라며 “매년 25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어린이날 행사 등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 선교에도 힘을 보태곤 한다”고 전했다.

한편 오 장로는 다양한 아이디어도 쏟아냈다. 노숙인이나 아동 학대 피해자, 미혼모 등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싶다고 했고 지역 파출소나 소방서에 피자를 선물하는 이벤트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짜장면을 만드느라 매주 휴일(토요일)이 사라졌지만 모든 회원이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