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분주한 2024시즌을 보낸 선수가 있다. 스크린과 필드 골프, 국내와 해외 무대를 가리지 않고 ‘멀티’ 능력을 보여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소속 김홍택(31·볼빅)이다.
하이브리드형 골퍼의 대표주자인 김홍택은 단순히 많은 대회에만 출전한 것은 아니다. 올해는 출전 대회 수도 수이지만 질적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그가 거둔 결과물에 ‘최초’ 또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그는 지난 5월에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했다. 2017년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에 이어 7년여 만에 거둔 통산 두 번째 우승이었다. KPGA투어는 메이저대회를 따로 정하지 않는 대신 이 대회를 포함한 5개 메이저급 대회를 두고 있다.
김홍택은 이 대회 우승으로 KPGA투어 메이저급 대회에서 국산공으로 우승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우승 보너스인 2년간 시드로 아시안투어에서 국산 골프공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는 2019년부터 올해로 6년째 볼빅의 후원을 받고 있다.
그가 올 시즌 거둔 성적 중에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대회는 DP월드투어와 KPGA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다. 지난 10월에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김홍택은 공동 9위에 입상했다. 30명이 출전한 KPGA투어 소속 선수 중에서는 최고 성적이었다.
그는 제네시스 포인트 6위, 상금 순위 3위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포인트 47위와 상금순위 61위와 비교해 큰 발전을 이뤘다.
비결이 궁금했다. 김홍택은 “그간 결정적 순간에 발목을 잡았던 퍼트가 정말 좋아졌다”며 “특히 짧은 거리 퍼트 때 나왔던 실수가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엄청나게 줄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퍼트가 어느 정도 되니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평균 퍼트 수는 작년 1.85개에서 올해 1.78개로 줄었다.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김홍택은 공무원인 나수빈씨와 2022년 3월에 결혼했다. 그리고 작년 8월에 딸 설연양을 얻었다. 그는 “(아내가)원하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 항상 ‘잘될 거야’라고 위로와 응원을 많이 해준다”면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전적으로 아내 덕분이다. 아내와 함께 존재만으로도 항상 큰 힘을 주는 딸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중 연장 혈투 끝에 역전 우승에 성공했던 GS칼텍스 매경오픈은 김홍택의 골프가 더 성장할 될 계기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쉽지 않았던 퍼트도 다 들어가고, 중요한 순간에 어프로치샷도 완벽하게 잘됐다. 당시 샷을 지금 다시 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며 “2017년 첫 승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 온 우승을 하게 돼 잊을 수 없는 시즌이 된 것 같다. 덕분에 앞으로 더 골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커졌다.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고 했다.
그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중 제일 높은 성적을 거둬 DP월드투어와 PGA투어 공동 주관으로 내년 7월에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도 출전한다. 김홍택은 “정말 나가보고 싶었던 대회였다”면서 “자신감이 높기 때문에 만족할 수 있는 성적을 내고 싶다. 최근 아이언샷감이 좋은데 이 부분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그는 올겨울 보완해야 할 점으로 퍼트를 꼽았다. 김홍택은 “올 시즌 퍼트가 확실히 좋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역시 퍼트”라며 “올해 2m 이내 짧은 퍼트가 좋아졌지만 2025년에는 전방위적으로 퍼트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홍택의 내년 시즌 목표는 멀티 우승이다. 김홍택은 “2번째 우승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골프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3승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2025년에는 더 많은 우승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홍택은 KPGA투어에서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대표적 선수 중 한 명이다. 팬들에 대한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다. 그는 “팬분들의 응원을 매 대회 많이 느끼고 있다”라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