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 ‘오 베들레헴 작은 골’ 120장(통120)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마태복음 1장 23절
말씀 : 한 주간 계속된 마태복음 성탄 기사 묵상의 결론을 내릴 시점이 됐습니다. 본문에서 마태는 이사야 7장 14절을 인용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임마누엘’, 곧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의미로 풉니다. 이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과 동행하시겠다는 구약성경의 예언이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온전히 성취된 사건임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초월자로서 지구와 동떨어진 먼 창공에 존재하며 막연한 경배를 받으시려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친히 인간이 되셔서 우리 곁에 찾아오시고 우리와 함께하기 원하시는 분입니다. 신을 초월자로만 인식하는 개념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 자연신론 또는 이신론(deism)이라 불리는 이교적 관념에 가깝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성육하신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 여긴다면 자기 존재와 삶 속에서 주님이 누구신지 그리고 주님과의 관계가 어떤 의미인지 물어야 합니다. 신앙의 본질은 성육하셔서 우리 곁에 다가오신 그리스도와 함께 누리는 사랑의 관계입니다. 의례나 교리는 그 관계의 외적 표현에 불과하며 본질이 없는 형식은 율법주의로 흐르기 쉽습니다. 요한복음은 믿음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12)
임마누엘은 마태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마태는 복음서 첫머리에서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임마누엘로 소개하고 마지막 부분(마 28:20)에서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는 주님의 약속으로 복음서를 마무리합니다. 이는 성육신 사건이 과거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드러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은 승천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제자들에게 “염려하지 말라”(요 14:1)고 하시며 그들을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는 ‘다른 보혜사’ 성령을 보내시겠다는 약속과 연결됩니다. 구약의 임마누엘 약속이 성육하신 성자를 통해 그리고 성령의 내주를 통해 성취된 것입니다. 성령의 사역은 단순히 교리를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합니다.
성령은 지금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우리 안에 내주하십니다. 이 신비는 단순히 상징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실존적인 관계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 14:20) 바울 역시 ‘그리스도 안에’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며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고 고백했습니다.
임마누엘 하나님은 우리와의 관계를 단순히 머릿속 지식으로 이해하길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체험되고 경험되는 하나님이십니다. 성탄절은 그 임마누엘의 신비를 새롭게 체험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누릴 수 있는 은혜의 시간입니다. 우리가 이 은혜를 묵상하고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삶을 살길 소망합니다.
기도 : 성육하셔서 우리 곁에 찾아오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우리가 그 친밀한 관계를 누리며 세상에 사랑과 소망을 전하는 삶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정민영 은퇴 선교사 (전 국제위클리프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