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시트콤

입력 2024-12-06 03:07

성경을 어렵지 않게 이해시키고 감동을 넘어 도전을 주는 저자. 성경 강해서만 20여권을 쓴 강학종 목사가 전혀 새로운 장르의 책을 냈다. ‘딸 바보 예수 바보’(아르카)란 신앙 에세이다. 딸이 태어나서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목회자 가정의 일상을 시트콤 드라마처럼 흥미롭게 묘사했다. 읽으면 재미있고 기분이 좋아져 ‘행복 레벨 올리는 신앙 시트콤’이라는 부제목이 참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목차는 단순하다. 딸의 성장 과정을 병아리 다람쥐 토끼 고양이 사슴에 비유해 정리했다. 책은 아빠가 ‘예수 바보’이기에 ‘딸 바보’가 된 것처럼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따스한 이야기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때로는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읽다 보면 ‘지붕 뚫고 하이킥’ 같은 시트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냥 시트콤이 아니다. ‘신앙 시트콤’이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특유의 유머 코드로 무장한 목사 아빠와 이에 못지않게 재기발랄한 목사 딸 사이에서 펼쳐진 대화와 일화가 흥미롭다. 그렇다고 웃음과 재미만 주지 않는다. ‘예수 믿는 사람과 그의 가정은 모름지기 이래야 행복하다’는 신앙적 교훈이 있다. 각 장 말미엔 사랑하는 딸을 향한 기도도 있다.

책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도 넘치게 담겼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상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읽다가 어느 글에선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결단의 구석으로 떠밀리기도 했다.

이전엔 ‘선데이 크리스천’이라고 하면 일명 ‘나이롱(가짜) 교인’으로 불렸다. 이제는 주일마다 빠짐없이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신실한 교인으로 여겨진다. 교회 나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에게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준다. 성도라면 결국엔 예수 바보가 돼야 한다는 신앙적 결단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잠자던 신앙이 벌떡 일어나 활기차게 변화하고 성장하도록 도울 책이다.

목회자로서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성도에게 권할 만한 신앙 서적을 찾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이 책으로 고민이 해결됐다. 더구나 지금은 웃음과 감동이 사라질 만큼 힘든 시절이 아닌가. ‘딸 바보 예수 바보’는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하나님의 성탄 선물 같다.

김관혁 목사<양산 예수기쁨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