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말 안된다더니… 계엄 건의한 김용현 “내 책임” 사의

입력 2024-12-05 01:49
김용현(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4일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민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된 지 약 14시간 만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군사분계선(MDL) 일대 도발 등 비상시국에 국방 사령탑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엄중한 시기에 김 장관 스스로 안보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오후 6시15분쯤 국방부 기자단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비상계엄 사무와 관련해 임무를 수행한 전 장병들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당사자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현 정부 초대 경호처장을 지냈다. 김 장관은 이날 새벽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해제한 이후 국방부 관계자 등에게 소집 해제를 지시하며 “중과부적(수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이었다. 수고했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계엄 의혹 추궁에 “(계엄이) 발령되고 나면 국회에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 있다. 이런 것들이 다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엄, 계엄 하시는 것에 대해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답했었다.

계엄 선포 및 해제 파장으로 군 당국은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방 수장인 국방장관 공백이 불가피한데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장은 김 장관의 육사 8기수 후배로 전날 밤 ‘국회와 정당 등 정치활동 금지’ 등을 담은 계엄사 1호 포고령을 내렸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5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현안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김 장관이 깊숙이 관여한 이번 계엄으로 군이 다시 한 번 과거 군사정권 때의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대남 도발을 강화하는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할 시기에 군이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잃는 행위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신들을 힘들게 하던 윤석열정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한·미 확장 억제력 강화, 한·미·일 군사협력 등이 완화할 가능성도 커 한숨을 좀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김명수 합참의장 주관으로 긴급 작전지휘관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김 의장은 “군 본연의 임무인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전군에 지시했다.

합참은 또 당분간 대비태세(감시 및 경계작전) 임무 이외의 부대 이동은 합참 통제 하에 실시하도록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