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난데없는 긴급담화로 시작돼 6시간여 만에 끝난 윤석열(사진) 대통령의 비상계엄 체제는 그 충격만큼 큰 의문을 남기고 있다. 과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의 의결만으로도 계엄이 해제되게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역사적·자해적 결정을 강행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대통령실 스스로 “야당이 과반 의석이면 언제든 계엄 해제가 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계엄 준비설을 운운한다”며 민주당의 계엄 의혹을 ‘괴담’으로 일축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정부가 침묵하는 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끝없는 악재로 인한 극단적 인식과 심리적 불안, 고착화된 지지율 하락 국면 속에서의 정치적 오판, 참모들의 조언 기능 상실 등이다. 다만 이러한 해석들에 비춰 보더라도 비상계엄 카드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계속된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서 배타적 인식을 키웠고, 점점 민심에서 멀어지며 사고가 극단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나 국무회의 등을 통해 종종 언급해온 ‘반국가 세력’은 이러한 극단적 사고를 나타내는 말로 풀이돼 왔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미, 가짜뉴스를 배격한다는 의미로 반국가 세력을 말했다. 그러나 사회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 “과연 누구를 지칭한 것이냐”는 의문도 늘 따라붙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인식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따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계엄 선포의 이유로 야당의 ‘반국가 행위’를 제시했지만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최악의 정치적 여건 및 심리 상태를 역설적으로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낮은 지지율로 원활하지 못한 국정,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재표결 임박 등이 악수를 낳았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0%대 지지율에서는 악재가 잘 보이지 않고, 한순간에 밀려온다”며 “(윤 대통령이)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판단을 내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모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기능이 상실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통령실 참모 다수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도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그간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잦은 격노, 이에 따른 참모의 직언 실종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좀체 고집을 꺾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가 고립무원을 자초해 이날에 이르렀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진정한 이유는 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도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현 단계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아 중대한 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장 국회로 가면 민주당에 의해 계엄 해제가 통과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법률가인 윤 대통령이 한 일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구자창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