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발의에도 “계엄은 野 폭거 탓”이라는 尹

입력 2024-12-05 00:1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 시민 등이 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탄핵 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몰염치한 정권의 친위 쿠데타 내란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납득하기 어려운 심야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정부는 국정 운영 동력을 모두 상실했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윤 대통령 퇴진 요구 목소리가 나왔고,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다. 민심도 등을 돌려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이어져온 한·미동맹은 시험대에 올랐으며,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추락 우려도 짙어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 불안과 국내외 혼란상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은 4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중대하고 명백한 법 위반이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협 행위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구하는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야당은 이번 주 내에 본회의 보고 및 표결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 시점 대한민국엔 일상의 평온함이 가득했고, 전시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의 징후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군을 정치무기화한 계엄은 대통령과 배우자의 범죄를 비호하려는 권력 사유화 행위이며 오랜 군사독재의 고통을 안고 있는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탄핵안도 발의했다. 김 장관은 바로 사의를 표했다. 야당은 탄핵안과 별개로 윤 대통령과 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등을 경찰에 내란죄로 고발했다.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총에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런 요구는 오후 2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비공개 회동을 통해 대통령실에 전달됐다.

이날 국무위원 전원은 한 총리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전원도 사표를 냈다. 정부가 강조해온 4대 개혁은 정책 지속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졌다. 정부는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전 국무회의의 참석자 및 논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한 총리와 국민의힘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정 지도부는 이날 오후 5시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1시간가량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후속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다만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는 야당의 폭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지하게 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견해차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지도부 쪽에서는 “인식차가 컸다”는 말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장관 사의와 관련해서도 ‘해임’이 아니라 ‘교체’라는 인식을 보였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민주화 후 첫 비상계엄에 분노한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84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다”고 비판했다. 전국적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던 2016년 말 이후 8년 만이다.

이경원 최승욱 구자창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