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부 판단 대상에 오르게 됐다. 과거 법원은 비상사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 포고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3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신정권 시절 선포된 ‘긴급조치 4호’ 관련 피해자 재심 사건에서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 위기에 처했을 때 필수불가결한 최소한도로 행사돼야 하며 헌법상 발동 요건·한계에 부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974년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4호는 오로지 유신체제를 유지하고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며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무효”라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계엄 포고에 대한 사법부 판단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국가 비상사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회 정치활동 등을 금지한 포고령 내용도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이날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앞서 대법원은 1979년 12월 “사법기관인 법원이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행위인 계엄 선포의 당·부당을 심사하는 건 사법권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다만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기존에 사법심사에서 예외로 봤던 부분을 최근엔 점차 확대해 판단하는 추세”라며 “새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이 헌재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으로 발동한 금융실명제를 사법심사 대상으로 인정하고 위헌 판단을 내렸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내란죄 유죄 판결도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전씨 판결에서 “전씨는 1980년 5월 18일 무장병력을 국회에 배치·점거해 의원들 출입을 통제했다”며 “반란죄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했다. 또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한 행위는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내란죄”라고도 밝혔다.
야당의 고발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가 진행될 경우 국헌 문란 목적 인정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 적용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군대가) 국회에 총기를 들고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다”며 “내란죄를 완전히 부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한 만큼 내란의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