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4일 공동 발의했다. 야당은 6~7일쯤 탄핵안에 대한 본회의 의결을 시도할 방침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은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여당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행위’로 규정했다. 또 윤 대통령이 본인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 회피 목적으로 계엄령을 발령해 헌정질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이 같은 내용의 윤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했다. 탄핵안은 야6당 소속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명의로 발의됐다.
탄핵안은 윤 대통령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선포함으로써 계엄 발령권을 남용했고,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비상계엄 발령 후 발표된 계엄사 포고령의 여러 위헌적 요소도 비판했다.
야6당은 “윤 대통령은 본인과 배우자, 기타 가족들의 범죄 연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려고 연거푸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고, 급기야 위헌적 비상계엄까지 선포했다”고 탄핵안에 적었다. 이어 “더 이상 의혹 확산을 막을 길이 없자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의 내통, 비호 아래 군경을 동원한 내란을 기도했다”고 주장했다.
탄핵안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을 얻으면 의결된다. 현재 재적의원 300명 중 범야권 의원이 192명인 점을 감안하면 탄핵안 처리를 위해선 최소 8명의 여당 표가 필요하다.
탄핵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실시돼 국민의힘의 분명한 협조 의사 없이는 통과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심야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친한(친한동훈)계 사이에서도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보수 진영 궤멸로 이어졌다는 트라우마도 작용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두 번 다시 박근혜 정권처럼 헌정이 중단되는 탄핵 사태가 재발돼선 안 된다”며 거국 내각 구성과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과 협의 없이는 이탈표 확보를 장담하기 어렵다. 여당 측과 공감대를 쌓는 시간을 조금 더 가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첫 번째 시도가 불발되더라도 다음 국회 회기에서 탄핵안을 재발의하며 강공 모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부결되면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또 발의할 수 있다”며 “내란 행위와 관련해선 특검과 국정조사 등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현재 공석인 야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추천하기로 했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정원 9명 중 6명만 있는 상태다.
김판 박장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