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펐던 비상계엄… 요건·절차·포고령 등에 법적 하자

입력 2024-12-05 00:05 수정 2024-12-05 00:05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 국회 담장을 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서울청 소속 국회경비대가 국회 정문을 통제하면서 본회의를 개의하려는 여러 국회의원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했다. 국회의장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는 여러 면에서 위헌·위법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헌법학자들은 4일 계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 통보 조항 등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국회 활동 금지 포고령이 발표되는 등 사실상 ‘헌정질서 유린 사태’가 발생해 탄핵 사유가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주환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전시, 사변도 아니고 그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도 아닌 전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엄 선포”라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도 “비상계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통령의 판단 미스”라고 했다.

법조인인 윤 대통령이 계엄법 특정 조항에 매몰돼 상황을 오판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계엄법 2조는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한다’고 규정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야당이 주도한 예산안·탄핵 등 문제 때문에 그 조항만 보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상황에 딱 맞네’라고 오판했을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병력 동원 필요성을 전제하고 있는데, 뒤따르는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윤 대통령이 헌법 전공은 아니다 보니 착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헌법학자들은 특히 계엄 포고령 내용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제1조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헌법에 따라 국회와 정당에 관한 제한은 계엄령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자들 설명이다. 헌법 제77조 3항은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정당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또 77조 5항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두고 있어서 애초 국회 활동 제한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김승대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비상계엄은 발령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을 장악해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입법권을 건드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헌법을 벗어난 것이고, 그때부턴 계엄군이 아니라 쿠데타군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포고령에 담긴 파업을 일절 금지하는 등의 내용도 전반적으로 합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 견해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계엄령 해제뿐 아니라 선포도 공고해야 한다고 계엄법에 명시돼 있다”며 “공고문을 만들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완전한 형식 위반”이라고 짚었다. 또 헌법에는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게 돼 있는데 해당 조항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무회의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논란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전 국무회의를 소집했는데 대다수 국무위원은 계엄 선포안이 심의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대다수가 반대했다고 한다. 다만 계엄법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국무회의 심의만 거치도록 하고 있고 의결 정족수 등의 조항은 따로 두지 않고 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가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택 교수는 “계엄을 선포할 때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국회에 병력을 투입했다는 부분이 큰 문제가 된다”고 했다. 김주환 교수도 “헌법에 위반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병력을 동원했으며 또 국회 활동을 정지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반헌법적 행위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차 교수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 탄핵 사유로 볼 수 있겠지만, 계엄 해제 요구에 즉시 응했기 때문에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상겸 교수는 “탄핵 사유는 될 수 있지만 소추가 될 경우 헌재에서 중대 위헌·위법 사유인지를 따져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현 김재환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