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30분 만에 국회 출입 봉쇄… 일부 의원 담 넘어 진입

입력 2024-12-05 00:15 수정 2024-12-05 00:15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급작스럽게 선포한 ‘비상계엄령’ 사태는 약 6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이 시간 동안 국회에선 전시를 방불케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분초 단위로 잇따라 이어졌다. 비상계엄을 서둘러 해제하고자 하는 국회와 의원들을 해산시키려는 무장 계엄군 사이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9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다수 국무위원의 반대에도 계엄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선포 후 약 1시간 만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사령관으로 하는 계엄사령부가 국방부에 설치됐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계엄사 포고령 1호가 발표됐다.

군경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는 오후 10시57분쯤 국회 영내로 진입하는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는 동시에 담장을 따라 약 5m 간격으로 경력을 배치하는 등 출입통제에 나섰다. 국회에 들어가려는 일부 국회의원과 보좌진, 취재진을 경찰이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11시40분쯤 국회 상공에는 다수의 군 헬기가 출현했다. 이후 무장한 계엄군이 본회의장이 있는 국회 본관에 강제 진입을 시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회 직원들과 당직자 등은 의자, 책상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대치했다. 일부 계엄군은 정면 출입이 불가능해지자 창문을 깨고 본관에 들어섰고, 당직자들은 계엄군을 저지하기 위해 소화기를 분사하거나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

계엄 해제 요구안을 처리하기 위한 여야 의원들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이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오후 11시쯤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본회의장으로 모여 달라”고 공지했다. 국회 차원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기 위한 조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충족하려면 최소 150명의 국회의원이 서둘러 본회의장에 집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및 여야 의원 다수가 속속 국회 본관으로 들어섰다. 우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은 담을 넘어 영내에 들어오기도 했다.

우 의장은 4일 0시8분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선포에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어 0시30분쯤 본회의장 의장석에 올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한 본회의 개의를 준비했다. 본회의장 밖에선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막아서는 보좌진 사이의 격렬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하기 위한 본회의가 0시47분 개의됐다. 오전 1시쯤 비상계엄 해제 안건이 상정됐고,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우 의장은 오전 2시쯤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해제통지서를 발송하고, 본회의장에서 방송을 통한 계엄 해제 선언을 촉구했다. 국회 내 있던 계엄군은 별다른 충돌 없이 철수를 시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4시22분 “비상계엄 투입 군이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로도 3시간 이상 침묵하던 윤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쯤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를 통해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뒤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고, 오전 5시40분 계엄 해제를 공고하면서 급박했던 6시간의 계엄 사태는 공식 종료됐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