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도 “보수전체가 궤멸 위기” 비판… 與 내부 ‘질서있는 퇴진’ 목소리도

입력 2024-12-05 01:05

비상계엄 역풍의 직격탄을 맞은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비판 목소리는 친윤(친윤석열)계 내에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로 ‘질서 있는 퇴진’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계엄 선포 탓에 윤 대통령뿐 아니라 보수 전체가 궤멸될 위기에 처했다”며 “그동안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쳤던 우리 의원들이 받은 배신감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친윤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힘들게 재건한 보수 진영이 윤 대통령의 독단적 판단으로 허물어지게 생겼다”고 한숨 쉬었다.

윤 대통령의 균형감각에 의문을 표하는 친윤 의원도 있었다. 대통령실로 올라가는 많은 정보 중 윤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면서 반국가 단체와 종북세력에 대한 위기감을 과도하게 갖게 됐고,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돌발 계엄을 선포할 만큼 균형감을 잃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친윤계 의원 중 다수도 이날 새벽 계엄해제 요구안 처리를 위해 열린 본회의 참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 의원은 “아무리 친윤계라도 비상계엄 선포에 찬성할 수는 없다”며 “새벽에 함께 있던 다수의 친윤계 의원들이 본회의장 표결에 들어가려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군경에 의해 국회 출입구가 봉쇄되면서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여당 시·도지사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는 입장문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향후 국정 안정과 쇄신을 위한 조치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윤계마저 윤 대통령의 판단에 고개를 저으면서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의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마당에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탈당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우리 당이 헌정 질서가 아닌 정권만을 지키려 한다면 오히려 당의 미래가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여야 대표가 조속히 만나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새로운 정치 일정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