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윤 탈당 요구, 친윤계는 신중론… 갈팡대는 여당

입력 2024-12-05 00:27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사태 대응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 국무위원 총사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탈당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돼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은 확정짓지 못했다. 계엄 사태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 보수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지만 여당은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7시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전날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5시간의 비상계엄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 멈출 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태 수습 및 책임 추궁을 위해 당 차원의 조처를 제안했다.

한 대표는 구체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정중히 요구하고,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전원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즉각 해임해야 하며 관계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 제안에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 전원이 동의했다.

한 대표는 이를 최고위 직후 소집한 비상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하려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탈당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저항에 부딪혔다고 한다.

한 친윤계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대통령이 탈당하게 되면 집권여당이 제2당으로 전락하게 되고, 야당의 탄핵 공세를 아예 막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궤멸 직전까지 갔다”며 “야당의 탄핵 공세에 길을 열어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을 만나 “탈당 반대가 훨씬 높게 나왔다.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대해 많은 의원이 심각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민심이 하야·탄핵으로 돌아서는데 탈당조차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당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의총 직후 “여러 의견이 있어서 계속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을 낸 상태”라고 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탈당 요구를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가 결정한 만큼 당론 채택 여부와는 상관없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당대표가 탈당을 요구한 것이니 대통령이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힐 차례”라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윤 대통령 하야나 탄핵 및 임기단축 개헌 추진 주장도 제시됐다. 그러나 일부는 대통령과 당의 소통 부족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며 지도부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법리스크에도 똘똘 뭉쳐 대응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왜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고 방어하지 못했느냐’ ‘윤 대통령을 우리가 평소에 너무 외롭게 했다. 우리가 말벗이라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현수 정우진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