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의 수명은 짧은 편이다. 1년 계약을 맺고 활약 여부에 따라 재계약을 결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몸값을 못 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외인 1명이 데뷔 시즌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은 100만 달러(약 14억원)다. 적잖은 금액을 주고 데려오는 만큼 팀 전략을 끌어올릴 정도의 활약을 기대한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연봉 인상을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이 쫓아낸다. 이런 냉혹한 환경에서 장기간 한국 무대를 누비는 외인들이 있다. 이들은 실력뿐 아니라 인성을 갖췄고 꾸준함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KT 위즈의 멜 로하스 주니어는 지난 3일 총액 18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한국 야구에서 6시즌째 뛰게 됐다. 2017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4시즌 동안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했다. 2020시즌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 등을 거쳐 4년 만에 KT로 복귀했다. 올 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9(7위) 188안타(4위) 32홈런(6위) 112타점(5위) 108득점(2위)을 기록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KT엔 장수 외인이 또 있다. 윌리엄 쿠에바스는 KT와 15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7시즌째 동행하게 됐다. 쿠에바스는 2019시즌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2021시즌에는 에이스 역할을 하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2022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잠시 떠났다가 시즌 막판 돌아왔고 2023시즌 12승 무패를 기록하며 승률상을 받았다. 올 시즌 31경기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KT 관계자는 4일 “로하스와 쿠에바스 모두 팀 전력의 주축으로 매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며 “오랜 기간 선수단과 함께 교감을 나누며 형제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팀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에서 재계약 확정 선수 가운데 3시즌 이상 뛰게 되는 건 LG의 오스틴 딘과 SSG의 기예르모 에레디아 정도다. 올 시즌 오스틴은 타점왕(132개), 에레디아는 타격왕(타율 0.360)을 차지하는 등 리그를 평정했다.
KBO에서 가장 오래 뛴 외인은 더스틴 니퍼트와 헨리 소사다. 니퍼트는 2011~2017시즌까지 두산에서 7년, 2018시즌 KT에서 1년 뛰었다. 소사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KIA 등 4팀에 몸담았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