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동생을 돌보며 홀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군 제대 후에도 삶의 무게에 짓눌려 절망 속에서 살아가다가 직장 선배의 전도로 복음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복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남편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남편은 교회에 처음 나간 날 하나님께서 ‘왜 이제 왔느냐’며 환영하시는 음성을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날 이후 남편의 삶은 놀라운 변화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중 우리는 교회에서 만나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결혼을 준비했습니다.
결혼은 쉽지 않았습니다. 양가 부모님의 반대와 재정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주님의 가정을 세우겠다는 확신으로 함께 걸어갔습니다. 결혼 후 남편은 우리 가정을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며 새로운 축복의 시작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혼 4개월 만에 첫 아이가 태어났고 둘째를 임신했을 때 왼손 손가락이 4개이고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붙어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랐지만 우리는 기도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기로 했습니다. 주호는 주님의 부르심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이들의 기도 속에서 주호는 밝고 사랑받는 아이로 자랐습니다. 유치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주호에게 물었습니다. “주호야, 학교에서 친구들이 손가락이 왜 9개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거야. 혹시 놀리면 속상하지 않을까.” 주호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괜찮아. 나는 손가락이 9개만 있는 게 아니라 9개나 있는 거잖아.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내가 하나님을 사랑해.”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호의 손가락은 우리 가족에게 하나님의 특별한 징표입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교만해질 때 우리를 주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은혜의 상징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거룩하게 살아가기를 늘 기도합니다.
김용구·유한정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