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 명의 엄마가 있다. 아버지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지, 내 생물학적 아버지는 누구인지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그가 누구인지 알 방법이 궁금하다.”
동성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 15살 소녀의 고백이다.
프랑스가 저출생 극복을 목적으로 등록동거혼(PACS)을 도입했지만, 첫해 1999년 합계출산율은 1.78명을 기록했다. 2005년 1.98명, 2010년 2.0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더니 2016년 1.92명, 2022년 1.79명, 2023년 1.68명까지 떨어졌다. 등록동거혼 제도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영구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수치다.
비혼 출산과 낙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가족 제도 안에서 생명 돌봄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계 전문가들은 등록동거혼이 불러올 가족 해체와 윤리적 혼란에 대해 경고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운영위원장은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가정은 단순히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사랑으로 형성된 인격공동체”라며 “가정이라는 틀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하며 안정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울타리”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비혼 출산이 증가하고 있는데 전통 가족 이외의 출생 사례가 늘어남을 시사한다. BBC에 따르면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갖기 위해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이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이 공개한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미혼 여성에게 이뤄진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을 포함한 난임 치료는 2012년 1400여건에서 2022년 4800여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상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대표는 “정상적인 이성 부부는 정서적, 도덕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 난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미혼여성이나 동성커플의 경우 난임 시술이 출산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등록동거혼은 연인 간 신뢰가 부족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선택되기 쉬운 제도”라고 설명했다.
동거 관계에서 출생한 아이들의 권리와 의료보험 혜택 남발에 대한 우려도 지적됐다. 이 대표는 “정상적인 결혼 관계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혼하지 않고도 의료보험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은 결혼의 필요성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가정과 사회의 결혼 질서를 와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어 “낙태를 금지하고 생명 경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전통적 가족 구조 안에서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가정은 생명이 보호되고 아이들이 사랑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유경진 김수연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