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에 몰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국무회의에서 계엄이 해제됐지만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은 명분 없는 계엄 선포로 국민의 신망을 잃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내란 미수 등의 사유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4일 국회에 제출했다. 금주 중 본회의 의결 방침인데 자칫 직무가 정지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 공백도 우려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날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여당 중진들을 만난 자리에서 계엄 선포는 민주당 폭거 때문이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민심과 한참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국정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선 여야 정치권이 무게중심을 잡고 국정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는 4일 새벽 190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를 이끌어내면서 이번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땐 그렇게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 여야는 지금의 혼란이 수습될 때까지 계속 머리를 맞대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시급한 민생 입법과 예산안 처리는 물론, 주요 국정 과제 추진에도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국회라도 버팀목 역할을 해야 국민도 안심하고, 나라 밖에서도 한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정치권은 아울러 대립적이고 독선적인 정치가 이번 사태를 빚은 측면이 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지만 야당의 입법 독주로 인한 ‘행정 마비’ ‘사법 방해’ 등의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수적 우위만 내세우지 말고 대화와 타협의 국회 정신을 되살려 협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정부·여당을 도와줄 필요도 있다. 국민의힘도 마냥 대통령실을 옹호하고,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집권당으로서 책임 정치를 해나가기 바란다. 용산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 여야 모두 ‘정치 리셋’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