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계엄’ 그 밤… 총리·국무위원 반대에도 尹, 밀어붙였다

입력 2024-12-05 00:04 수정 2024-12-05 00:04
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와 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계엄령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윤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계엄법 등에 규정된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필수 관문인 국무회의가 개의 정족수를 채웠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등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상당수 국무위원은 계엄 선포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윤 대통령이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전날 비상계엄령 선포에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89조 및 계엄법 제2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밤 9시에서 10시 사이 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당일 오후 10시23분부터 긴급 담화를 시작했다.

당시 국무회의에는 한 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 19명(여성가족부 장관 공석) 중 절반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까지 포함해 국무위원은 모두 20명으로, 개의를 위한 정족수는 11명이다. 정족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면 ‘위법 계엄’ 논란이 확산할 수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정족수는 맞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날 국무회의 참석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밖의 국무위원 다수는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답변을 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계엄 선포 전후로 두 번의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사실만 인지할 뿐 누가 참석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어떤 것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한 총리 역시 취재진과 만났지만 국무회의와 관련해서는 침묵했다. 이와 관련, 이번 계엄령 선포에 대해 향후 내란 혐의 등 수사가 진행될 때 처벌을 우려한 처신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계엄선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 총리 등 다수의 참석자들은 계엄선포안이 심의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장관 등 소수가 사전에 계엄 선포 관련 논의를 마친 뒤 형식적으로 국무회의를 소집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총리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엄 선포를 밀어붙였다면 절차상 하자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한 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 다수가 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의지로 계엄 선포를 강행했다는 의미가 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생각이 너무 확고해 뜻을 꺾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국무회의는 계엄선포안을 심의하도록 돼 있을 뿐 이에 대해 찬반 의결을 할 수는 없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