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사랑한다는 것

입력 2024-12-06 03:30

존재 속에 있는 새가
다른 존재 속 새에게 말을 거는 것

별의 흔적이 묻은 영혼이
같은 별의 흔적이 묻은 영혼에게 이끌리는 것

자주달개비에게서 빌려 온 색을
서로의 상처에 칠해 주는 것

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되는 것

내가 묘사하는 모든 초록색을 네가 알아보는 것
네가 보는 모든 파란색을 내가 보는 것

너를 알아가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
너에게 다가가면서 세상에 다가가는 것

서로의 빵과 입술에서 소금을 맛보는 것
서로의 눈물이 만든 소금을

두 사람이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두 사람을 찾아오는 것

-류시화 시집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