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저성장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갑작스런 비상계엄 쇼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6시간의 계엄 소동이 끝난 4일 원·달러 환율은 1410.1원으로 전날보다 7.2원 급등(원화가치 하락)했다. 4일 새벽 상황에선 한때 1450원 가깝게 뛰는 발작 증세도 나타났다. 코스피지수(2464.0) 역시 외국인이 4000억원 넘게 매도하며 1.44% 빠졌다.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50조원 규모의 증권 및 채권시장 안정펀드 등 유동성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발표 덕분에 예상보다 자본 이탈이 덜한 게 다행일 정도다.
이번 사태는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국가신인도에도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신용등급에는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국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분명한 마이너스 쇼크”라고 강조했다. 전날 심야 계엄 선포 이후 미국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실시간 한국 계엄 상황을 보도하고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이고 전쟁 중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주한 대사관마저 ‘한국 주의보’를 발령했다. 그로 인한 ‘K-관광’, 한류 소비도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경제는 지금 내수 부진 장기화, 수출 증가세 둔화, 재정 부족의 수렁에 빠져 있다. 고용과 소득 창출에 앞장서야 할 500대 기업 10곳 중 약 7곳은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내년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역시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과제다. 경제의 내우외환에 대처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돌출된 부정적 정치 이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다. 국가 리더십이 훼손됐지만 경제팀이 똘똘 뭉쳐 후폭풍에 대비하고 신인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