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 불안과 대외 이미지 손상도 심각하다

입력 2024-12-05 01:10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은 안보 불안을 부추겼고 대외 이미지에도 손상을 가져왔다. 비상계엄을 주도한 군 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의 거취가 불투명해지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와 도상연습이 연기됐다. 주요 국가들의 정상들은 방한 일정을 취소하거나 미뤘다. 유엔과 영국, 독일, 러시아 정부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우려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영사 업무를 중단했으며 각국 대사관들은 자국민의 안전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긴급 발송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동은 6시간에 그쳤지만 국제사회에 미친 파장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다.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할 주체도 보이지 않아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다음달 방한을 추진하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어제 일본 관저에서 “한국 방문은 아직 무엇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일본인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만 말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에 예정된 한·일 수교 60주년 행사도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오늘 방한할 예정이었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비상계엄 소식을 듣자마자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미 백악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으며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한국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소식을 SNS에 게재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 사회에서 윤 대통령은 기피 인물이 돼 버렸다. 그러나 한국의 외교적 고립이 오래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대응책 마련을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도광산의 굴욕외교 등으로 꼬인 한·일 관계도 풀어야 한다. 계엄령으로 마비된 국내 정국이 하루 빨리 수습돼야 하는 또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