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용 목사의 스티그마] 눈 올 확률 50%

입력 2024-12-05 00:36

기상예보에 내일 눈 올 확률이 50%라면 눈이 올 것을 대비하고 외출을 준비해야 할까, 아니면 눈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나가야 할까. 지난달 마지막 주에 올해 첫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첫눈치고는 너무도 많이 내려 첫눈을 맞이하는 기쁨도 잠시, 눈길 사고와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거의 온종일 눈이 오더니 그다음 날에도 대설주의보가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내려졌다. 그런데 어느 일기예보에 눈 올 확률이 50%로 나왔다. 그럼 눈이 온다는 것인가, 안 온다는 것인가.

한 달 전 끝난 미국 대선에서 언론 여론조사와 다르게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제치고 큰 득표 차로 승리했다. 전 세계 언론은 ‘미국 대선, 여론조사는 왜 틀렸나’와 같은 제목으로 미국 대선 결과와 함께 여론조사 문제점을 보도했다.

트럼프의 재선은 한국 경제지표에 안개와 같은 불확실함을 가득하게 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불안과 ‘트럼프 경제정책 리스크’의 부정적 영향, 하반기 한국 실물경제 지표의 계속된 하락세는 반등의 가능성조차 기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삼성이 휘청거리더니 반도체와 자동차, 2차 전지, 금융, 바이오 등 한국이 내세우던 대부분 업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악재들이 트럼프 재선을 예견하지 못한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보다 더 불확실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3500년 전 이집트 나일강 주변에서도 일어났다. 요셉과 이스라엘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세워진 고대 이집트는 자기 백성보다 많아지고 강해지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고 그들을 노예로 삼아 전보다도 더 중한 고역을 줬고 이집트 왕은 이스라엘 갓 난 남자아이들을 죽이기 시작했다.(출 1:8~22)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은 나일강의 파도처럼 어디에서 어떻게 내리쳤다가 다시 올라가 밑으로 꺼질지 모르는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때 모세는 태어났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갓 태어난 모세는 자기 이름의 뜻과는 다르게 구원받지 못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해야 했다. 모세의 어머니와 누이는 어린 모세를 갈대 상자에 두고 불안과 의심의 파도가 몰아치는 나일강에 띄웠다.(출 2:3~4)

나일강은 세계 4대 강 중 하나이고 아프리카 절반을 관통하는 거대한 강이다. 모세 시절 홍수가 나면 도시 하나는 쉽게 잠기게 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강이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나일강을 우상처럼 바라봤다. 나일강의 불안한 파도가 치면 제사를 지냈고 비가 오지 않아 나일강의 물이 줄어들면 기우제를 드려 강에 흐르는 신적 존재를 달래 주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출애굽기에 보니 하나님을 믿고 있던 두 여인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연약하기 짝이 없는 갈대 상자에 넣고 신처럼 모시고 받드는 나일강에 띄워 보냈다. 위대하고 신성해 보이지만 언제 파도가 쳐 갈대 상자를 뒤집어 놓을지 모르는 불확실함과 의심이 가득한 곳이었다.

하나님의 사람이었던 두 여인은 나일강의 불안과 공포를 보지 않았다. 곧 눈과 비가 올 확률 50%라는 세상의 예측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오차율 1%밖에 되지 않다고 자랑했던 여론조사들, 그리고 물신(物神)이 주도하는 세속의 거대한 경제 시스템을 그들은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직 죽음과 허무가 판을 치는 불안한 세상 속에서도 두 여인은 오직 변하지 않는 신실하신 하나님만을 믿고 나일강 위에 하늘이 주신 생명을 올려놓았다. 그때 하나님은 눈이 올 확률 50%가 되는 예측불가능한 세상 속에 신실함과 믿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신다.

“흔들리고 파도치는 나일강에 너의 생명을 던지라.” 이와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불안한 정세와 불확실한 경제적 상황에서도 세상에 뛰어들어 생명을 살리고 어둠을 몰아내며 허무한 마음으로 가득한 세상 사람들에게 소망과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다. 끝내 하나님은 불확실한 나일강에서 모세를 건지실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중심에 당신의 생명을 던져라. 하나님은 당신을 통해 세상을 바꾸실 것이다.

김주용 연동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