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3일 밤 난데없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선포한 비상계엄이 불과 2시간30분 만에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결의안 통과로 무효화됐다. 국회 본청까지 계엄군을 진입시켰지만, 의원 190명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조차 계엄 선포 직후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부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정치 세력도 동의하지 않는 길, 모든 국민이 의아해한 일을 택했고, 그것은 해프닝에 가깝게 수포로 돌아갔다. 도대체 왜 그랬는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그것을 허락한 건 국민이다. 이제 국민이 납득할 설명을 내놔야 한다.
비상계엄 소식은 즉각 세계 언론의 톱뉴스로 타전됐다. 그 톤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여겼던 한국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휘말렸다는 의아함이었다. 뉴스와 함께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시장도 급격히 출렁이며 반응했다. 2시간30분 계엄 사태 이전과 이후,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한국에 보내던 신뢰가 의구심으로 바뀌어버린 상황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이 초래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감수하는 명분으로 “종북세력 척결과 자유헌정질서 수호”를 내세웠다. 야당의 예산 및 탄핵 폭주를 언급하며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종북 세력이 있을지언정 헌정질서가 허물어질 상황은 아니고, 반국가세력이 있을지언정 자유대한민국이 그 정도에 무너지지 않는다. 야당의 행태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지만, 대통령이라면 정치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이 요구한 게 그거였다. 현 상황을 비상계엄이란 극단적 조치로 대응한 것은 대통령의 정상적인 권한을 벗어난 일이었다.
계엄사령부가 내놓은 포고령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내용이었다. 계엄사는 “반국가세력의 체제전복 위협”을 거론하며 우리 사회에서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당연하게 여겨지던 활동에 제약을 가하려 했다.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고, 파업과 집회 등의 행위를 처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국민의 주권을 마음대로 통제하던 군사정권 시대의 강압 통치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문구로 한국 사회를 통제하려 했던 발상을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