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돌발 비상계엄 선포는 상당수 대통령실 참모들도 발표 직전까지 그 내용을 모를 정도로 느닷없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소수의 측근 그룹과만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계엄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안팎의 상황은 이날 오후 9시 이후에야 급변했다. 대통령실 참모 일부는 평소처럼 퇴근해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반 업무를 위해 야근을 선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심야에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후 9시 30분을 지나며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돌기 시작했고, 용산과 여의도에는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윤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급히 대통령실로 복귀했지만, 계엄 선포를 위한 긴급 담화가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도 용산 청사로 속속 복귀했다. 하지만 이후 참모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일체 입을 닫았다. 국회 출입 기자들도 각 당 의원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분위기를 살폈다. 국민일보가 연락한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도 담화 관련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오후 9시 50분쯤 방송사들에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 브리핑룸 앞에 다수 기자가 모였지만, 문이 잠겨 입장은 불가능했다.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생중계는 사전 공지나 안내 없이 밤 10시 23분쯤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브리핑룸 출입은 계속 제한돼 있어서 기자들은 생중계로 담화를 지켜봤고, 윤 대통령을 대면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담화문을 낭독하던 중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탄식도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6분간 담화문을 낭독한 뒤 준비해 온 서류 봉투를 다시 들고 일어나 곧바로 퇴장했다. 대통령실은 전속 기사가 촬영한 윤 대통령 사진을 오후 11시 9분에, 담화문 전문은 오후 11시 23분에 언론사에 배포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