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는 긴박하면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선포 3시간이 지나기 전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즉각 국회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하며 대응에 나섰다. 우 의장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는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해주시기 바란다”며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주문했다. 또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우 의장의 소집에 여야 국회의원들도 속속 국회로 복귀해 본회의장에 자리를 잡았다. 계엄사령관이 포고령을 통해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계엄이 선포됐더라도 헌법이 보장한 국회 활동은 막을 수 없다”며 국회로 돌아왔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국회 정문과 국회 본관 출입문 등에서 이들의 출입이 잠시 저지되기도 했지만,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본회의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우 의장은 성원이 됐음을 확인한 후 0시 47분 본회의를 개의했다. 우 의장은 “이번 사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또 비상계엄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동의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우리 국회도 비상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시급히 처리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국회의장도 마음은 급하지만, 안건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며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다독이기도 했다. 결의안 처리가 지체되는 동안 계엄군이 국회 본관에 진입해 본회의장 앞에서 보좌진 등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4일 새벽 1시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의 표결 결과가 공개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0명이 표결에 참석했고, 참석 인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 윤 대통령의 기습 계엄을 해제하는 순간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우 의장은 바로 국회 출입문을 통제한 경찰 병력에게도 물러갈 것을 요구했다.
우 의장은 “국회 출입문 막는 것을 당장 중단하시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시길 바란다”며 “돌아가지 않으면 국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문을 열고 국회를 국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승욱 박장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