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언하자 분노한 시민들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으로 집결했다. 시민 1000여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4일 새벽까지 정문 앞에 나타난 계엄군에 항의하며 국회를 지켰다.
시민들은 4일 새벽 1시쯤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가결되자 박수를 치고 일제히 환호했다. 일부는 국회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은 가족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국회 의사당 건물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국회 앞에 남은 시민들은 “윤석열 탄핵하라”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결의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국회 앞에는 격분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김영(72) 인하대 명예교수는 “국회의원만으로는 안되고, 시민들까지 힘을 더해야 할 것 같아서 부부가 같이 나섰다”며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없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독재 정부의 계엄령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4일 새벽 12시30분쯤 국회 진입을 시도하던 계엄군에게 “어떻게 쌓아올린 민주주의인데 이러느냐”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느냐” “80년대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냐”고 외치기도 했다. 국회 월담을 시도하던 계엄군은 일부 시민들에게 저지당했다.
시민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도 집결했다. 손모(42)씨는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손씨는 “교과서에서만 봤던 일을 행한 윤 대통령이 반드시 책임을 지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연 한웅희 최원준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