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년여 만에 최고치… 가상자산도 폭락

입력 2024-12-04 00:41 수정 2024-12-04 03:45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갖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금융시장은 밤새 요동쳤다. 원 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고, 원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은 폭락했다. 비상계엄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원화 표시 자산을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금융 관련 수장들이 모이는 F4(Finance 4)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2시 15분 기준 전일보다 39.7원 오른 1,441.0원까지 급등했다. 미국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냈던 지난 2022년 10월 25일(장중 고가 1,444.2원) 이후 약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환율은 1420원 안팎으로 상승 폭을 낮췄다.

비트코인 가격도 폭락했다. 이날 원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억3000만원선에서 거래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단숨에 32%가량 폭락하며 개당 8826만원에 거래됐다. 비상계엄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빼내 해외 거래소나 달러 등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오후 11시30분 현재 업비트와 빗썸 등 원화 가상 자산거래소 접속은 원활하지 않다.

원화 표시 자산이 폭락하는 가운데 코스피200 야간 선물은 3%대로 폭락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4일 증시 급락도 우려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6% 오른 2500.10에 마감하며 사흘 만에 2500선 회복에 성공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11시40분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 당국이 모이는 F4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최 부총리는 “시장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4일 오전 임시 회의를 연다. 한은 관계자는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한 상황과 시장 안정화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에서는 접속 장애 현상도 일어났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쯤부터 네이버 카페가 접속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 측은 “갑작스러운 트래픽 증가에 따른 것인지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