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헬기 소리… 무장 계엄군, 국회 본관까지 진입

입력 2024-12-04 00:41 수정 2024-12-04 04:04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로 몰려온 시민과 취재진 등이 3일 밤 국회 정문에서 출입을 통제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무장 계엄군이 국회 본관까지 진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계엄군은 야간 투시경이 장착된 헬멧을 쓰고, 방탄복을 갖춰 입었으며, 탄창이 결합된 자동소총을 매고 있었다. 여러 대의 군 헬리콥터가 국회로 이동해 병력을 실어 날랐다.

계엄군은 국회 본회의장을 사수하려는 국회 직원 및 보좌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뒤에야 철수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시민들과 군·경 병력들이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계엄군 진입을 막기 위해 소파 등 집기 등으로 방어벽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군은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이 발령된 지 약 40분 뒤인 4일 0시 7분쯤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국회 상공을 날던 헬리콥터가 국회 운동장 등 공터에 안착했고, 이후 무장한 계엄군이 속속들이 본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계엄군은 국회 직원과 보좌진들에 의해 본관 진입이 막히자 우회해 본관 2층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을 깨고 안쪽까지 진입했다. 본청 안에 있던 각 당 당직자와 보좌진들은 본회의장까지 통하는 통로를 의자, 책상 등 각종 집기를 쌓아 막았고, 일부는 계엄군 쪽으로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계엄군 숫자가 계속 보강되며 본관엔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다. 계엄군은 막아서는 직원들을 제압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당장 나갈 것’을 명령하며 진입 1시간여 만에 퇴각했다.

국회 정문 앞에서도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 기동대와 시민들 사이에 소동이 계속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정문 앞에는 국회 경비대를 비롯한 경찰 병력과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국회의원, 국회 보좌진 및 직원, 일반 시민들이 뒤엉키며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가까스로 국회 경내로 들어온 의원들은 하나같이 긴장된 얼굴이었다. 허겁지겁 국회 본관에 들어온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옆쪽 문으로 힘겹게 들어왔다. 차는 다 못 들어오게 막았다”고 말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도 “이건 내란성 직권남용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버스 여러 대가 국회 출입문을 막아섰다. 국회 측면에서도 경광봉을 든 경찰들이 늘어서 시민들의 월담을 감시했다. 시민들은 경찰 방패를 두드리며 “계엄이 선포돼도 국회는 열어라” “경찰도 시민인데 국회를 막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시민들은 “계엄철폐 독재타도”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동환 박장군 이강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