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야당이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4조1000억원 감액 예산안을 두고 “꼼수” “사기극” 등으로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공세는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대구에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발언에 집중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을 우롱해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정부 예산안을 긴축예산이라고 비난하더니 4조원을 추가 삭감해놓고는 대구에 가선 확장재정이 필요하다고 하는 몰염치 연기를 했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가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원 등을 증액하기 위한 정부·여당 겁박용 꼼수라는 걸 자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선(先) 감액안 철회, 후(後) 협상’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야당 입장 변화 없이는 ‘물밑 대화’도 없다는 자세다.
여당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여론전도 준비 중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재명 방탄 희생 민생예산 목록(총 70건)’이라는 예산 증액 목록을 소속 의원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국민의힘은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당원 등 2000여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도 연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 원안을 가리켜 “엉터리 예산안”이라며 날카롭게 맞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예산안은 애초부터 민생경제 회생 목적이 아닌 초부자 감세 유지와 권력기관 특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비정상 예산이었다”며 “예비비나 대통령실·검찰·감사원 특활비가 감액됐다고 국정이 마비될 일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활비가 깎였다고 민생경제가 무너지고 치안이 불안해지는 정부라면 차라리 간판을 내리고 문 닫는 게 낫다”고도 했다.
야당은 예산 감액 권한을 토대로 ‘수성전’에 들어갔다. 정부·여당이 증액을 원하면 먼저 수정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추가 감액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감액 예산안 철회를 전제조건 삼으면 논의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민주당 내부도 협상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는 않는 기류다. 이 대표 역점 사업인 2조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 등은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박장군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