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 200번 등장한 검사 탄핵안… “김건희 탄핵안이냐”

입력 2024-12-04 00:03 수정 2024-12-04 00:03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청래 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사들의 탄핵 반발 집단성명과 관련 ‘법무부·검찰청·검사의 헌법·법령 위반 등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거수 표결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에 지난 7월 김건희 여사 ‘출장 조사’ 문제를 탄핵 사유로 거론한 것으로 파악됐다. 출장 조사가 헌법상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원칙을 위반한 조치라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 수사 때 압수수색영장을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고 불기소한 점에 대해서는 검사의 중립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으로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이 자기 입맛대로 수사하고 기소하지 않았다고 탄핵한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가 3일 이 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은 검찰이 김 여사 수사 때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제공했다며 “검사가 검찰권을 남용해 인사권자(대통령)에 사적 보은을 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 질서의 본질적 요소인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검사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파면을 주장했다. 40여쪽 분량의 탄핵소추안 각각에는 김 여사 이름이 190여 차례나 등장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7월 김 여사를 대면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청에 소환하지 않고 대통령경호처가 관리하는 부속건물에서 출장 조사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다른 국민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면 검찰이 이에 응할 리 없다. 김 여사에 특혜를 제공해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수사팀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 배우자라는 정치적 판단을 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자신(검사)을 해당 직위에 임명해준 인사권자에 대한 사적 보은의 감정으로 강제수사를 포기했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76건의 압수수색을 받은 점과 비교하며 정치적 중립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제시한 검사 탄핵 사유가 논리적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조인 출신 한 여당 의원은 “과거에도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수사 대상이면 경호상 이유 등으로 출장 조사를 했는데 이를 헌법 위반이라고 하는 건 억지 주장”이라며 “헌법재판소에서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여당 의원은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조차 안 한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야말로 진즉에 탄핵당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검장 등은 이 대표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이를 김 여사 수사와 나란히 놓고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몰아세우는 건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른 여권 인사는 각각의 탄핵소추안에 김 여사 이름이 200회 가까이 언급된 점을 거론하며 “이름표를 가리면 검사 탄핵안인지 김 여사 탄핵안인지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에서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를 감사원장으로서의 의무 위반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감사원의 월성원전 감사는 최 원장 취임 이전인 2020년 10월 감사 결과 처리가 완료된 사안이다. 그로부터 약 13개월 뒤 취임한 최 원장과 무관한 사안까지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