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한국의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증가율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체율이 높은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과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 대출의 증가가 두드러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07.4%로 2018년 177.2%에서 5년 만에 30.2% 포인트 증가했다.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101개 국가 중 2위로, 선진국 중에선 1위다. 홍콩이 306.5%에서 363.4%로 30.7% 포인트 늘어나며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증한 국내 민간부채가 엔데믹 이후에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019년 177.2%에서 2020년 185.0%, 2021년 200.6%로 급등했다. 2022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지다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감소 폭이 2% 포인트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져 민간부채의 질까지 악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50%에서 1.56%로 빠르게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투자가 아닌 사업 유지를 위한 대출이 많다는 게 특히 부정적”이라며 “엔데믹에도 경기 부진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건설업과 부동산임대업의 대출 비중까지 늘면서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 대출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10조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주요국들이 긴축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한국은 세계 흐름과 괴리돼 월등히 높은 기업부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