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달도 정치권은 격랑의 시간이 예고돼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안과 세 번째 재표결을 앞둔 ‘김건희 특검법’, 여야 간 퇴로 없는 대치 상태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당장 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진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가 예상되는 가운데 두 사정기관 수장의 동시 직무정지 상황을 놓고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도 이날 함께 처리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막판 국정조사 참여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게 됐다. 하지만 국조특위 인원 구성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조사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진척에 난항이 예상된다.
올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0일에는 여야가 가장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세 차례나 재의를 요구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결과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달 28일 표결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여당 내부의 추가적 이탈표를 기대하며 10일 본회의 처리로 일정을 미뤘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정부·여당 내 균열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부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 등을 거치며 여당이 단일대오를 오히려 단단히 하는 분위기도 감지돼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검법 처리를 재차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3일 “김건희 특검법이 미룰 수 있는 사안이냐”며 “지도부에서 논의한 적도 없고, 연기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특수활동비 삭감 기조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임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야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 및 사과 없이는 추가 협상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 예산’ 역시 양당 모두 외면하기 어려워 예산안 처리가 훨씬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12일로 잡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도 야권을 출렁이게 할 수 있는 변수다.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선고 결과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이후의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없는 조국당’의 현실화 가능성과 이후 향방에 대한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내년에 전국단위 선거가 없기 때문에 조 대표가 만약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해도 당장 민주당과 합병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지방선거 정국에 들어가면 혁신당 내부에서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최승욱 박장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