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확대 vs 지역화폐… 여야 기싸움에 발도 못 뗀 ‘소비 진작’

입력 2024-12-04 00:12 수정 2024-12-04 00:12
게티이미지뱅크

얼어붙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소비 진작’이 핵심 과제로 거론되지만 이를 위한 법률 개정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파열음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신용카드 및 전통시장 사용액을 중심으로 소득공제 등의 세제 혜택을 확대해 민간 소비를 늘리자는 게 주요 정책 방향이다. 반면 야당은 예산을 투입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활성화하고 세제 지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지역화폐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까지 뒤흔드는 핵심 정쟁 사안으로 번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민생 정책 방향을 놓고 주도권 싸움에 매몰된 사이 ‘내수 살리기’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3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 발표한 세법 개정안과 추석 민생안정 대책 등에 소비 활성화를 위한 추가 공제 혜택을 담았다. 하반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 초과한 금액에 10%의 추가 소득공제를 제공하고, 전통시장 공제율도 40%에서 80%로 높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재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수·소비 진작’ 지시와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세제 및 정책 지원 방향을 살펴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연말과 내년 소비 진작이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 활성화를 촉구하고 있다. 예산 2조원을 들여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발생을 지원하고, 소득공제율도 기존 30%에서 80%까지 확대하는 것이 주요 방안이다. 야당은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은 물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과 소득을 늘려 지역경제를 선순환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 진작의 방법론을 놓고 정부와 여야가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면서 정작 법 개정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지역화폐의 효용이 일정 부분 있다는 것까지 부인하진 않지만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전통시장 공제 확대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신영대 의원)이란 입장이다. 지역화폐에 대해선 야당과 정부가 각각 “이재명 대표의 브랜드니까 (지역화폐를)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정태호 민주당 의원), “우리 정부 정책 방향이 다른 결제 수단은 죽이고 지역화폐만 쓰게 만들자는 취지가 있다면 가능한 얘기”(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라는 논쟁을 벌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공제’ 확대를 넘어선 경기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를 살리려면 유동성을 늘려 사람들이 소비할 여력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고금리와 재정 긴축, 대출 규제 정책이 병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든 공제액을 조금 늘린다고 소비가 살아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