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단독공장 확보한 LG엔솔… GM과 각형 배터리 공동개발

입력 2024-12-04 01:47

14년 넘게 이어져 온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미국 완성차 업체 GM의 협력 양상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려워진 시장 상황에 맞춰 기존 협력 내용을 일부 조정하거나, 대세로 떠오르는 시장에 양사가 함께 후발주자로 뛰어든다. LG엔솔과 GM은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합작공장을 LG엔솔 단독공장으로 전환함으로써 GM의 전기차 속도 조절과 LG엔솔의 신규 고객을 위한 생산기지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이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가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자 양사는 각형 배터리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GM은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지분을 LG엔솔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GM은 “거의 완공돼 가는 ‘얼티엄셀즈’ 배터리 공장의 지분을 조인트벤처(JV) 파트너사인 LG엔솔에 매각하기로 구속력 없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LG엔솔도 3일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거래는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LG엔솔은 지난해 연간 20GWh 규모 공급계약을 맺은 토요타를 비롯해 GM 외 다른 북미 고객사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신규 생산시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얼티엄셀즈 3공장은 건설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로 즉각 설비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도가 높다. 수익성 측면으로도 합작공장을 단독공장으로 전환하면 여기서 나는 수익의 100%를 LG엔솔이 가져갈 수 있다. 전기차 사업의 수익성 개선 및 속도 조절에 집중하고 있는 GM은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건설된 양사의 합작공장 얼티엄셀즈 1·2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LG엔솔은 이날 GM과 ‘각형 배터리 및 핵심재료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개발한 각형 배터리는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 등 다양한 폼팩터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GM에겐 각형 배터리 시장의 리더인 삼성SDI, 중국 배터리 업체 등 다른 선택지도 있었다. 그런데도 오랜 기간 협력해온 LG엔솔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먼저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은 그동안 각형과 비교해 원가 및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파우치형, 원통형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전기차 캐즘 속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각형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58.9%였던 각형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 기준 75.8%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응해 LG엔솔이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한 것이다. LG엔솔 측은 “과거 각형 생산 경험뿐 아니라 개발 및 제조 역량까지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3대 폼팩터를 모두 갖춘 것은 그만큼 기술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