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K라면… 소비량 2위 인도네시아 수출 쉬워진다

입력 2024-12-04 02:51

세계 라면 소비량 2위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라면에 대한 수출 규제를 완화해 신속 통관이 가능해졌다. 라면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인도네시아에서 K라면의 영향력도 더 커질 전망이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 1일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한 제조업체의 시험·검사성적서 제출 의무를 해제했다. 기업들은 통관 과정에서 증명서를 제출하면서 들었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이날 “동남아시아 경제의 핵심축인 인도네시아에서 회사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비관세 장벽 해소에 힘입어 신라면 툼바, 똠얌 등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통해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달 15일에는 자카트라 포스 블록에서, 지난 9월 28~29일에는 자카르타 타만 리터라시 블록에서 ‘신(SHIN)’ 브랜드 제품을 알리기 위한 ‘신세이셔널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인도네시아 수출 물량을 대부분 국내 생산한다. 농심은 베트남에, 삼양식품은 인도네시아에 해외법인을 두고 동남아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판매 거점으로 삼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수출 규제 해소에 대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수출 절차가 간소화되고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면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즉석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즉석면 소비량은 145억개로 전세계 소비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한국 식품기업에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한국 라면기업도 인도네시아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2년 10월부터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라면에 대한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던 인도네시아를 향한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약 852만 달러(약 120억원)로 전년 대비 39.7% 줄었다.

인도네시아의 규제 강화는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한 한국산 라면에서 에틸렌옥사이드(농산물 살균제·EO)로부터 생성될 수 있는 비발암성 물질이 검출된 데 따른 조치였다. 수출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 정부와 업계가 인도네시아 정부 설득에 나섰고, 규제 폐지를 이끌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로 라면을 수출하려면 선적 때마다 공인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규정 준수를 증명하는 성적서를 제출해야 했다”며 “절차를 기다리는 데 2주가량이 걸리기도 해 큰 장애로 작용하던 규제가 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조치로 즉석면류 수출액이 연간 약 738만 달러(약 103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총 수출액도 1000만 달러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각국의 수입 규제 장벽을 극복해 나간다면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