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 모집이 4일 시작된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올해 하반기 모집 응시율이 저조했던 만큼 내년 복귀 인원이 얼마나 될지는 불투명하다.
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은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약 3500명에 대한 모집원서를 4~9일 접수한다. ‘빅5 병원’ 모집인원은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이다. 합격자는 필기와 면접을 거쳐 19일 발표된다.
레지던트는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국가시험(의사국시)에 합격하고 1년간의 인턴을 마친 뒤 거치는 과정이다.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4년 과정을 밟게 된다.
레지던트는 인턴 1년 과정을 마쳐야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 가능한 인원은 많지 않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211개 수련병원 3068명 가운데 102명(3.3%)만 정상 출근 중이다.
인턴 역시 마찬가지다. 내년 상반기 인턴 모집 공고는 4일 나온다. 의사국시 이후인 내년 1월 인턴 선발을 하게 되는데, 국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올해의 10분의 1 수준인 304명이다. 모두 인턴에 지원해 의사국시에 합격하더라도 집단행동 이전 인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전공의들은 당장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의·정 갈등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수련을 받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크다”며 “특히 다 같이 들어가야 업무 강도도 낮아지는데, 다른 연차 없이 혼자 들어가면 그 일을 내가 다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도 “병원에 남은 전공의를 조리돌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지금 지원할 수 있겠느냐”며 “전역 예정인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정도만 지원하고 대부분은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련 특례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도 전공의들이 복귀를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원칙적으로는 전공의가 사직 후 1년 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에 복귀할 수 없다. 이미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사직서가 처리된 상태여서 내년 9월에나 복귀할 수 있다. 지난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는 정부가 수련 특례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동일 과목·연차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지만 내년 상반기 모집에서 허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빅5 병원 전공의를 중심으로 자리보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한 전공의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도 무산됐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강경한 입장이다 보니 돌아가고 싶지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