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공의 모집 시작되는데… “복귀? 좀 더 지켜보겠다”

입력 2024-12-04 01:11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내년 상반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 모집이 4일 시작된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올해 하반기 모집 응시율이 저조했던 만큼 내년 복귀 인원이 얼마나 될지는 불투명하다.

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은 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약 3500명에 대한 모집원서를 4~9일 접수한다. ‘빅5 병원’ 모집인원은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이다. 합격자는 필기와 면접을 거쳐 19일 발표된다.

레지던트는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국가시험(의사국시)에 합격하고 1년간의 인턴을 마친 뒤 거치는 과정이다.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4년 과정을 밟게 된다.

레지던트는 인턴 1년 과정을 마쳐야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 가능한 인원은 많지 않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211개 수련병원 3068명 가운데 102명(3.3%)만 정상 출근 중이다.

인턴 역시 마찬가지다. 내년 상반기 인턴 모집 공고는 4일 나온다. 의사국시 이후인 내년 1월 인턴 선발을 하게 되는데, 국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올해의 10분의 1 수준인 304명이다. 모두 인턴에 지원해 의사국시에 합격하더라도 집단행동 이전 인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전공의들은 당장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사직 전공의는 “의·정 갈등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수련을 받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크다”며 “특히 다 같이 들어가야 업무 강도도 낮아지는데, 다른 연차 없이 혼자 들어가면 그 일을 내가 다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도 “병원에 남은 전공의를 조리돌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지금 지원할 수 있겠느냐”며 “전역 예정인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정도만 지원하고 대부분은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련 특례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점도 전공의들이 복귀를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원칙적으로는 전공의가 사직 후 1년 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에 복귀할 수 없다. 이미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사직서가 처리된 상태여서 내년 9월에나 복귀할 수 있다. 지난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는 정부가 수련 특례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동일 과목·연차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지만 내년 상반기 모집에서 허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빅5 병원 전공의를 중심으로 자리보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한 전공의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도 무산됐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강경한 입장이다 보니 돌아가고 싶지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