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회장 자녀 PEF에 투자까지… 또 논란 빚는 HL홀딩스

입력 2024-12-04 02:04
게티이미지뱅크

HL홀딩스(옛 한라그룹)가 회삿돈으로 정몽원 회장 자녀 소유의 사모펀드(PEF)를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HL홀딩스는 정 회장의 두 딸이 지분 100%를 소유한 PEF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대 운용 보수 등 투자 성과를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왔다. 이 회사는 자사주를 재단법인에 무상으로 주려다 회삿돈을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정 회장의 두 딸이 보유한 PEF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에 회삿돈을 투자하고 있다. 로터스PE는 장녀 정지연씨가 지분 50%, 차녀 정지수씨가 나머지 50%를 가진 개인 회사다. 최근에서야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이유는 비상장 자회사 HL위코를 거쳐 펀드 출자가 이뤄지면서 HL홀딩스가 공시 의무를 회피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L위코는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기업으로, 로터스PE 펀드에 출자한 돈은 대부분 유상증자나 차입 형태로 HL홀딩스에서 받았다.

로터스PE는 2020년 11월 30일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신생사로 이상민 대표를 포함해 임직원은 세 명에 불과하다. HL홀딩스의 지원에 힘입어 설립 이듬해 곧바로 펀드를 설정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다섯 개 펀드를 통해 약 3600억원 자금을 굴리고 있다. 이 중 58%에 해당하는 약 2100억원을 HL홀딩스가 책임졌다. 이는 HL홀딩스 지난해 영업이익(922억원)의 2.27배다. 이 같은 사실은 기관 투자가들도 최근에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터스PE는 펀드 운용보수 등으로 누적 9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로터스PE 소유자인 정 회장의 두 딸 몫으로 돌아간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수익과 운용 보수 등은 오너 일가가 가져가고 손실이 나면 투자자들의 몫이 되는 구조”라며 “사모펀드를 이용한 신종 ‘터널링(상장사 이익을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로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수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HL홀딩스→HL위코→로터스PE로 이뤄진 이익의 이전이 정 회장 자녀의 HL홀딩스 지분 확보 재원으로 다시 활용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 회장의 두 딸은 올해 1월 HL홀딩스 지분을 장내에서 매수해 각각 지분 1.14%를 확대했다. HL홀딩스는 터널링 의혹과 공시 등으로 해당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국민일보 질의에 “말할 부분이 없다”고 회신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