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정우성의 비혼 출산 파장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등록 동거혼(PACS)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교계에서는 비혼 출산이라도 생명을 지키는 건 긍정적이지만 전통적 가족 제도를 해체하고 동성커플 확산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PACS는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동거 신고’만 하면 국가가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복지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제도로 이미 프랑스(1999년)와 벨기에(2000년), 네덜란드(1998년)가 도입했다.
등록 동거혼·생활동반자법 발의 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혼인 장벽을 낮추고 출산아 보호를 위해 PACS를 도입할 때”라며 “곧 법률안을 준비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혼인이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사고가 상당히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혼 절차 및 이혼 후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며 “혼인의 장벽이 높게 존재하고 이것은 만혼과 비혼으로 이어져 초산 평균연령만 높이거나 출산이 원천적으로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나 의원은 프랑스와는 달리 동성의 경우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PACS가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주도로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생활동반자법) 제·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기존 ‘정상 가족’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1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PACS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는 저출산 문제와 변화하는 사회상을 고려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양한 가족 관계법안도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대관계등록제’ 도입을 제안했다. 연대관계등록제는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나 1인 가구의 경우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 장례 시 가족으로 사전에 등록한 연대관계인이 대신 동의할 수 있는 제도다. 박 의원은 “이는 전통적 가족 모델이 해체되고 새로운 가족 형태들이 등장한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도 ‘생활동반자법’ 재발의를 예고했다.
가족해체·동성혼 합법화 우려
하지만 교계에서는 PACS을 비롯해 발의를 앞둔 각종 가족 관계법이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대한 도전이며 동성 커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는 PACS 도입 이후 이성·동성간 동거문화가 빠르게 확산했다. PACS 도입 14년 만인 2013년 프랑스는 동성혼까지 합법화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0만9827쌍의 커플이 PACS를 등록했는데 이중 19만9477건(95.07%)은 이성 커플이었고 나머지는 동성 커플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환 한국기독교장로회 동성애·동성혼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PACS 도입이 출산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기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성경적 결혼제도에 큰 위협인 건 맞다”며 “전통 결혼보다 합치고 헤어지는 게 쉽다는 점이 특징이기 때문에 자칫 비혼을 조장하고 가족 해체와 혼인 외 출산율을 높이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까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