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성악가 조수미, 2002년 피아니스트 손열음.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조반니 바티스타 비오티(Giovanni Battista Viotti)의 이름을 따 1950년부터 개최해 온 ‘비오티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음악가들이다.
여기에 또 다른 한국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74회 콩쿠르에서 ‘최연소’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 음악가는 고작 14살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양이었다.
비오티 콩쿠르 최연소 2위 수상, 한국인 최초 바이올린 부문 수상자로 기록된 김양을 최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앳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넨 소녀에게선 대화를 나눌수록 성인 못지않은 담대함과 성숙함이 엿보였다.
“결선에 오른 3명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무대 위에서 발표를 기다리는데 계속 떨렸어요. 그런 순간마다 저만의 루틴이 있어요.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는 거예요. ‘강하고 담대하라.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수 1:9).”
네 살 되던 해 어머니가 쥐여준 장난감 바이올린과 처음 만났던 김양은 유독 어린이 찬양을 듣고 따라서 연주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점차 소질을 보이면서 한국예술영재교육원 김남윤(1949~2023) 교수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전문 연주가로서의 꿈을 키워 갔다.
그는 “김 교수님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모범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주셨던 분”이라며 “연습실 벽에 ‘하루 연습을 거르면 본인이 알고 이틀 거르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 거르면 청중이 안다’는 글을 붙여두고 늘 성실함을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인생의 8할을 바이올리니스트로 살아온 김양의 손가락엔 바이올린 현을 수없이 오가며 쓸린 상처가 성실함의 훈장처럼 곳곳에 남아 있었다. 아침마다 성경 묵상과 필사를 하고 성경 한 구절을 암송한다는 김양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수시로 찾아온다고 했다.
김양은 “연습하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답답함이 차오르고 무기력함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잠시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성경을 읽거나 좋아하는 역사책을 읽다 보면 다시 활을 들 에너지가 생긴다”며 웃었다.
김양은 새해가 되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입학을 앞두고 있다. 가장 소중한 친구인 바이올린을 가슴에 안은 채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손수건 같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수건을 항상 들고 다니는 편이에요. 긴장하면 땀이 많이 나고 반대로 손이 차가워지기도 하는데 땀을 닦으며 안정을 취하기도 하고 손을 감싸며 체온을 높여주기도 하죠. 음악엔 살아 숨 쉬는 생명이 있어요. 나이 인종 문화적 배경이란 경계를 넘어 듣는 이에게 평안을 줄 수 있죠. 하나님께서 제게 그렇게 하신 것처럼 영혼을 보듬어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