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 경고 문구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입력 2024-12-04 01:10
국민일보DB

보건복지부가 술병에 표기하는 음주 경고 문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술은 담배와 더불어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고, 고위험 음주율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경고 문구 강화는 물론 담배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음주 문화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복지부는 3일 “한 잔의 술도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현행 ‘과음’ 경고 문구를 ‘음주’로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위원이 “주류 판매용 용기(술병)에 표기하고 있는 음주에 대한 경고 문구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 서면 질의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복지부는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세청 등 관계 부처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음주 폐해 예방정책 전문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해 관련 고시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음주운전 등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는 과음을 경계할 뿐 음주 자체에 대한 위험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낮다. 담뱃갑에는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 문구와 그림이 담기지만 술병에는 ‘지나친 음주’가 해롭다는 내용만 표기될 뿐이다. 하지만 술(알코올)은 1군 발암물질로 암과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고위험 음주율(2022년)은 남성 21.3% 여성 7.0%로 남성은 전년보다 1.6% 포인트 높아졌고 여성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위험 음주율은 1회 평균 남성 7잔(또는 맥주 5캔) 이상을 최소 주 2회 마시는 비율이다.

음주로 인한 의료비 간병비 등을 추산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9년 15조806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12.4%가 늘었다. 건강위험요인별 사회적 손실 규모는 음주가 비만 흡연을 제치고 가장 컸다. 술을 과하게 마시는 이들이 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 음주 경고 문구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